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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및 드라마 리뷰

<지옥>, 디스토피아에서 정의를 외치다

by 바람의빛깔 2024.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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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지옥 포스터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포스터

<지옥> 줄거리

넷플릭스 작품 '지옥'은 서울에 등장한 지옥의 사도들에 의한 갑작스런 공격으로 시작합니다. 지옥의 사도들은 흉측하게 생긴 거대한 검은색 형체인데 갑자기 나타나 특정 인물을 무자비하게 공격한 이후 흔적도 없이 태우고 정체모를 포털을 통해서 사라집니다.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는 이 사도들의 영상은 이전부터 이에 관해 설교한 새진리회를 유명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새진리회의 의장인 정진수는 사도가 아무나 공격하는 것이 아닌 죄를 지은 자에게 천사가 미리 고지를 하고 죄에 합당한 벌을 내리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다니고, 이를 시연이라고 정의합니다. 

 

한편, 사도를 믿지 않는 민혜진에게 새진리회를 지지하는 화살촉이 다가와 가족을 다치게 합니다. 마침 천사를 직접 만나고 촬영까지 한 박정자에게 새진리회가 접근하여 사도가 등장하는 시점에 생방송을 허락한다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돈을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박정자는 민혜진을 찾아와 사도가 나타나 자신이 생을 마감하더라도 새진리회에게 돈을 받아 자식들에게 전달해 줄 것을 부탁하고, 혜진은 사도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승락합니다. 사도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 새진리회는 공중파 방송국까지 섭외하여 생방송으로 시연을 중계하여 사람들의 의심을 불식시키려 합니다. 결국 박정자는 거액을 받고 시연을 생중계하는데 진짜 사도들이 등장하여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새진리회를 믿기 시작합니다. 이후 사도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민혜진은 화살촉의 공격으로 어머니를 잃고 크게 다칩니다. 의장인 정진수는 방송에 출연하여 자신의 교리를 설파하고 한국을 떠난다고 말하고, 새진리회는 2대 의장을 선출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을 등에 업고 새진리회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이용하여 돈을 벌 궁리만 하게 변질됩니다. 그리고 사람들도 시연받게 된 사람을 조롱하고, 그 가족까지 함께 괴롭힙니다. 이에 반대하는 비밀조직 소도가 등장하며 시연이 죄에 대한 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시연을 받은 것을 숨겨줍니다. 그리고 천사의 고지가 갓 태어난 아기에게 내려지면서 새진리회와 화살촉의 주장이 뒤집히게 됩니다. 새진리회는 직접 행동으로 지은 죄에 대한 처벌이 시연이며, 벌을 받게 되는 행동의 양식이 정해져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인데, 갓 태어난 아기는 이에 해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대 의장 정진수가 사실 시연을 당하여 세상을 떠난 것과 그가 내놓은 주장도 사실은 아니며 그가 생각하는 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그만의 주장이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끝내 등장한 사도들이 아이를 공격하지만 부모가 아이를 감싸자 아이만은 무사히 살아남게 되며 의문을 남기게 되고, 사람들은 더이상 새진리회를 믿지 않게 됩니다. 이때 보관되어 있는 박정자의 시신이 불에 타 거의 재가 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재들이 다시 모아지며 사람의 형태를 갖추며 박정자가 다시 살아나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대부분의 의문점이 해소되어 마무리가 잘 되는 듯 하였으나, 끝부분에 많은 의문점만 남기고 끝나 사람들은 시즌2를 고려하여 제작한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연출 및 배우 연기력

이 드라마는 연상호와 최규석의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출시 후 24시간 만에 넷플릭스 TV 쇼 부분 전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천사 사자들을 CG로 구현하여 다소 어색한 면도 있지만 가상인물이라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실제 촬영을 할 때 연기한 분들의 영상을 보았는데 인간보다 큰 가상의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이 느껴졌습니다.

 

배우들 중 박정민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짜증섞인 연기가 실제 같아 일품이었습니다. 또한 류경수 배우는 유지 사제역을 맡아 권력에 빌붙어 살아가는 모습을 너무 잘 표현하여 지옥의 세계관에 몰입할 수 하였습니다. 박정자를 연기한 김신록 배우도 인상깊었습니다. 배우들의 인터뷰도 찾아보았는데, 자식들에게는 비밀로 한 채 눈물을 흘리며 새진리회와 하는 협상자리는 인물의 비극적 상황을 잘 보여주어 좋았습니다.

작품에서 사용된 롱테이크 기법은 호흡이 느린 편이었지만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개연성 있는 전개로 등장인물들의 행동도 이해가 잘 되었고 카메라 각도, 무빙, 조명, 음악 모두 훌륭했습니다. 특히 정진수 의장이 하는 사도들의 시연을 기다리며 길게 대사를 내뱉는 장면에서 어두운 곳에서 촬영하면서도 적정한 조명으로 극의 집중도를 높였습니다. 사도들이 시연하는 장면이나 화살촉들이 사람들과 싸우는 장면에서 액션신이 상당히 많았는데 자연스럽게 잘 녹아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둡고 인간의 악한 본성에 대해 다룬 작품이지만, 마지막에 새진리회에 대응하는 소도의 등장과 아이를 지키려는 부모의 사랑이 강조되며 인간서애도 강조합니다. 인간의 추악한 본성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열악한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비추어 던지려는 메시지의 본질을 흐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메시지와 내용의 완성도, 배우들의 연기, 연출은 모두 우수하며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개인적 감상평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진경훈 형사와 정진수 의장의 대화는 작품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장면이라 생각됩니다. 정진수 의장은 인간의 자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리고 거짓된 심판과 정의를 통해 사람들을 절망에 몰아넣고 현실을 지옥으로 변형시켰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자신이 티벳에서 겪은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가 느낀 두려움으로 세상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고 이것이 세상을 정의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또한 갑자기 나타난 설명이 되지 않는 이상현상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며, 자신이 세상을 구했다고 말합니다. 이 대화를 통해 <지옥>은 시청자에게 영화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난데없이 등장한 새진리회를 많은 사람들이 따를 수 없는 이유에 대한 개연성을 높입니다.

지옥은 여러번 돌려볼 만큼 인상깊은 영화였습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쉽게 선동당하는지 너무 실감나게 그려져 인상깊은 명장면들이 많습니다. <지옥>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사도들로 인한 불안함을 새진리회의 교리에 의존하여 해결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두려움을 해결하려면 새진리회가 잘못되면 안되어 신처럼 우상화합니다. 그리고 새진리회가 하는 행동들 중 비인간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이 있다 하더라도 거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불안함과 두려움을 다른 사람이나 논리에 기대어 해결하고, 그로 인해 인간성을 상실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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