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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및 드라마 리뷰

<오징어게임>, 한국의 데스게임 장르 영화

by 바람의빛깔 2024.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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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포스터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포스터

영화 연출

데스게임이 시작되는 초반부에는 침대들로 벽이 가려져 있지만, 참가자들이 사망하며 침대에 가려져 있던 벽의 그림들이 조금씩 나타납니다. 앞으로 할 게임들의 내용이 모두 나와있지만 참가자들은 아무도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게임의 탈락이 죽음이라는 것을 모르는 채 게임을 시작했던 참가자들이 목숨이 걸린 게임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 충격에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성기훈조차도 눈앞의 짝인 오일남을 죽이지 않으면 자기가 죽을 수 밖에 없는 구슬치기 게임에 도달하자 배신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각박한 현실을 담았습니다. 

 

침대 뒤 그림을  발견하지 못한 참가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다음에 진행될 게임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떤 사람은 밤에 잠을 자지 않고 화장실에 몰래 숨어들어 직원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고도 게임이 무엇인지 몰라서 참가자들 중 머리가 좋은 것으로 유명한 참가자에게 이 사실을 공유하여 이득을 취합니다. 사회에서 의사였던 참가자는 죽은 참가자의 시신을 활용한 장기매매까지 도우며, 미리 안 게임의 정보로 유리한 위치에서 게임을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게임이 가진 공정성은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됩니다. 공정하지 못한 게임이라고 느낀 시점부터 권력이나 외부 힘에 기대어 살아남으려고 하고, 이는 참가자들이 서로 믿지 못하고 싸우게 만듭니다.

 

마지막에 성기훈은 오일남과의 마지막 내기에서 이기며, 죄책감으로 상금을 쓰지 못하고 지내던 중 이러한 각박한 세상속에서도 인간성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일말의 의지를 가집니다. 그러한 성기훈은 마지막에 빨간색 머리를 한 것으로 등장합니다. 이에 대한 감독의 인터뷰를 찾아보면, 성기훈이 할 수 있는 가장 미친 짓, 절대 하지 않을 일을 생각하다가 빨간색 머리를 골랐다고 합니다. 마지막 내기에서도 성기훈은 오일남과 같이 쓰러져 있는 사람을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이전에 오징어 게임 중반에 목숨을 잃은 사람을 처음 보았을 때 반응과 너무 다르며, 결국 내기에는 이겼지만 변해버린 자신에 대한 자책도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던 중 자신의 딸을 생각하고 마음 속의 분노와 죄책감은 내려놓고 비행기에 타려는데 이전에 자신이 당한 딱지치기를 보고 길을 돌립니다. 성기훈의 빨간머리는 그의 마음 깊은 속에 숨겨져 있던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징어게임>의 특별함

처음 <오징어게임>이 유명해지기 시작할 때, 이전에도 비슷한 데스게임 장르 영화가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특별할 수 있는 이유는 참가자들에게 게임을 참가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게임장소를 벗어날 수 없게 완벽하게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진행하다가 게임을 멈출 수 있는 규칙이 존재하여 강제적이지 않는다는 점이 상황을 더 비극적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게임의 규칙상 선택은 가능하나, 선택이 아닌 강요로 느껴집니다. 참가자들이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정도의 비극적 상황에 놓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최자는 돈을 가진 자들의 유흥거리로 그러한 사람들만 골라서 초대를 해놓고 게임의 공정성을 운운하여 영화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분노를 일으킵니다. 일부러 먹을 것을 가지고 싸우게 만들고, 서로 싸우게 유도하면서 마치 스스로의 선택으로 행동한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어, 주최자의 죄책감을 참가자들에게 부여합니다.

 

보통 다른 영화에서는 어렵고 복잡한 게임들이 많아, 진입 장벽이 있습니다. 가끔은 빠르게 전개되는 영화에서 게임의 룰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이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복잡할수록 주인공이 대단해보이기 때문에 점점 더 게임을 어렵게 만들기 마련인데 <오징어게임>은 초등학생들도 놀 수 있는 전통놀이로 이루어져 있어 간단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 때문에 한국어 영화인데도 외국인들도 이해하기 쉬워 전세계적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영화가 인기를 끌고 화재가 되었던 것은 영화 세트장과 음악입니다.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무거운 무채색이 아닌 화려한 색깔일 사용하고, 유치원에서 틀어줄 법한 발랄한 음악을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장치는 게임이 가진 비극성을 극대화합니다. 

 

개인적 서평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엇이 도덕적으로 옳은 것인지, 왜 그것을 위해 살아야하는지에 대해서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평소 데스게임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 분들에게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라 생각됩니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방송만 들으면, 참가자들에게 밖의 세상과는 다르게 공정하게 돈을 얻을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인 것처럼 보이지만 바깥 세상과 같이 불공정함 투성이입니다. 참가자들에게 탈락이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도, 깍두기라는 시스템이 있었다는 것도 공유하지 않고 정보의 비대칭성 속에서 게임을 이끌고 원하는  참가자들은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참여합니다.

 

영화에서 오일남은 ‘인간은 돈 앞에서 그저 추악한 존재’라는 신념으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살인 게임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러한 가치관으로 주인공인 성기훈과 대립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오일남은 자신의 신념에 반대되는 성기훈의 행동을 보고 놀랐지만,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고, 성기훈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합니다. 사람들이 처한 절망적인 상황을 단순 유희의 재료로 사용했다는 것과, 마지막 내기에서도 자신이 이긴 줄 알고 뿌듯해하며 생을 마감하는 것을 보며 너무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관리자인 오일남을 단순히 절대적인 악인으로 그려지지 않고, 그 나름의 신념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있어,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생각해보게 되는 여운을 남겼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성기훈은 너무 현실적인 캐릭터로 관객들이 가장 몰입할 수 있었던 등장인물이라고 생각됩니다. 극적인 순간에서 신념이 계속 흔들리며,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영화 후반부에는 성기훈 자신을 위해서는 우승 상금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는 모습이 성기훈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관객들도 성기훈이 되어 생각해 볼 수 있게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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