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역사적 배경
조선에 실제 일어났던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관상'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허구적 요소가 가미되어 영화가 전개됩니다. 주제의식이 '관상'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제 있었던 인물들입니다. ‘계유정난’은 쉽게 말하면 조선의 6대 왕 단종을 그의 작은 아버지 수양대군이 역적이 되어 왕을 몰아낸 사건입니다. 수양대군은 이후 7대 조선 왕 ‘세조’가 되는데 왕위찬탈하였기 때문에 ‘수양대군’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영화는 계유정난을 당한 단종도 계유정난을 일으킨 수양대군도 아닌 이 사건에 휘말린 평범한 사람의 불쌍한 인생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이 참담한 사건이 어쩔 수 없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는 운명이었는지, 관상을 통해서 볼 수 있었는지에 관해 논하고 있습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래들의 싸움에서 자식만은 지키려고 하는 아버지의 사랑과 고래 싸움에 얽힌 사람들의 욕망까지 담겨져 있습니다. 역사적 사건과 주제의식도 담느라 개연성이 조금 부족하지만 긴장감 있는 연출과 뛰어낸 연기력의 배우들로 훌륭한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관상> 줄거리
어느 시골마을에 조선 최고의 관상가로 소문난 내경이 살고 있었는데, 한양에서 온 기생집 주인 연홍이 찾아옵니다. 그녀는 술자리에서 관상을 봐준다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세상 물정모르는 내경을 부려먹을 생각으로 일자리를 제안합니다. 내경이 걱정된 처남인 팽헌은 함께 한양으로 떠나고 연홍의 계략에 휘말려 노예처럼 관상봐주는 일만 열심히 합니다. 도망칠 궁리를 하다가 우연히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을 잡는데 큰 도움을 주어 왕에게 까지 알려집니다. 이후 김종서의 제안으로 인재등용하는 일에 까지 관상 보는 직책을 맡으며 궁에 들어가게 됩니다. 지병이 악화되어가는 문종은 세자의 안위를 걱정하여, 내경에게 역적이 될 만한 상을 구분하도록 합니다. 내경은 김종서는 호랑이 상으로 보고, 수양대군이 이리상으로 역모를 꾸밀 것을 알아보지만, 이미 수양대군의 역모를 막기에는 늦었습니다.
왜냐하면 한명회가 내경보다 빨리 그의 존재를 알고 가족의 위치까지 파악하였습니다. 그리고 한명회는 그에게 역모를 돕지 않으면 가족들의 안위가 위험해질 것이라고 협박하였습니다. 내경은 졸지에 의리를 지켜 단종을 택하거나, 가족의 안위를 생각해 국가를 버리고 수양대군을 택해야할 지 고민합니다. 하지만 아들도 국가를 위해 일하는 상황이라,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역모를 돕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명회의 습격으로 아들이 시력을 잃고, 어리석은 팽헌은 가족을 지켜주는 대가로 수양대군에게 김종서의 계획을 몰래 알려줍니다. 수양대군은 즉시 김종서를 죽이고 역모까지 성공하게 됩니다. 수양대군은 엎드려 사과하는 내경을 뒤로 하고 아들을 화살로 쏩니다. 팽헌은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죄책감으로 스스로 자신의 목을 칼로 긋다가 목소리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가 조용히 살게 됩니다.
개인적 감상평
영화 초반에는 관상의 역할이 크지만 갈수록 작아집니다. 사람마다 저마다 정해진 운명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전재로 내경은 관상보는 능력 하나로 왕의 최측근이 되어 참모 역할을 합니다. 관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사건의 진범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나, 이미 일어날 일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 강조됩니다. 미래를 미리 읽은 내경조차도 운명을 바꿀 수는 없었고, 미래를 안다 한들 선택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역모를 꾀할 상이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왕을 선택했고, 아들이 관직에 오르면 세상을 떠날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골마을을 떠난 아들을 말리지도, 옆에 있으면서도 화살을 막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관상을 볼 수 있었던 내경이 오히려 안타깝게 그려지고, 오히려 그 능력 때문에 내경이 권력자들의 싸움에 휘말린 것으로 보여 기구한 운명으로 그려집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관상과 운명론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때에는 어려울 때라고 생각합니다. 나라가 어려울 때 타로, 점, 사주 팔자가 유행하는 것 같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울 때보다 힘들고 어려울 때, 운명에서 그 원인을 찾고 싶을 때도 있기 마련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이미 정해진 운명이 있는 것일지 바꿀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정해진 운명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어진 현실을 마주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힘든 현실소겡서도 즐거운 것을 찾아가며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도 사람들이 운명을 점치는데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관상을 볼 수 있는 내경의 운명을 기구하게 연출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영화 및 드라마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아저씨>, 좋은 어른은 무엇인가 (0) | 2024.01.08 |
---|---|
나의 해방일지, 잔잔한 위로 (0) | 2024.01.07 |
<미스터션샤인> 조선시대의 영광과 새드엔딩 (0) | 2024.01.03 |
<오징어게임>, 한국의 데스게임 장르 영화 (0) | 2024.01.02 |
<기생충>,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 회의 (0) | 2023.10.01 |